2011. 10. 12. 14:00
입대하기 전엔 Clockwork Orange란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했었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대학교 방학 기간 중엔 글을 한창 썼습니다. 학기 중엔 상대적으로 시간이 적어(라는 핑계로) 글을 뜸하게 썼죠. 그러다가 2009년 12월 22일에 돌연 입대를 하면서 블로그를 사실상 일시 정지하게 됐습니다.

겨울의 철원에선 손발이 시린게 아니다. 손발이 아픈거다.

혹시라도 휴가 기간 중에라도 부지런히 글을 쓰지 않을까했는데 역시나 게을러 터져서 단 한편의 글도 안 쓰게 되더군요. 발이 시린게 아니라 아픈 철월에서 겨울을 두번나고 여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전역을 하게 됐습니다.


기존의 블로그를 테마만 간단하게 바꿔서 새 마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쓸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랬다고 새 시간, 신분, 생각도 새 블로그에 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 어떤 얘기를 담을지 아직 많이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군대라는 *통같은 조직에서 벗어난만큼 많은 생각을 풀어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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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마루
2011. 10. 7. 14:00

2009년 12월 22일 의정부 306보충대로 입대했다. 3일 동안 대기를 했다. 입대해서 보충대에서 대기 중이라 놀거리가 있진 않았다. 그래도 마치 3일짜리 학교 수련회라도 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신병교육대로 가는 날이다. 난 주변 동기 몇명과 6사단 신교대로 가게 됐다. 3사단 백골 부대나 8사단 오뚜기 부대는 철원에 있고 빡세다고 들었으나 6사단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부대인지 알지 못했다. 주변 내 동기들도 알지 못했다.

약간 하늘이 우중중한 날 그대로 버스에 올랐다. 날은 점점 안 좋아져서 눈인지 비인지 모를 게 조금씩 내리고 점점 북쪽...으로 갔다. 의정부에서 포천을 넘어서 점점 차가 없어지고 외진 곳으로 가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6사단 신병교육대에 도착. 차에서 내리자 마자 빨간 모자의 조교들이 신병들의 군기를 잡으려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면서 신병들의 줄을 세웠다. 상황이 정리가 되고 생활관을 자리를 잡자 비로소 군대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입대 당시 신교대는 구막사를 사용하고 있어서 생활관과 식당이 건물이 따로 되어있었다. 그 날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식당 앞에서 줄을 서고 있는데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브에 신교대에 첫날을 보내는데 눈이었다.

신교대에서 훈련을 받은 기억은 별로 없고 끔찍하게 추웠던 날씨에 엄청나게 눈을 치운 기억만 난다. 조교들이 방한 체조라면서 사람 두명이 마주 보면서 폴짝폴짝 뛰면서 발을 엇갈려 뻗는 동작을 알려줬으나 너무 추웠다. 발은 시렵지 않았다. 발이 아팠다. 마치 전투화 발가락 부분에 압정을 잔뜩 깔아둔채로 전투화를 신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필 내가 입대한 해 겨울에 100년 만의 폭설이었다. 경기도 쪽도 눈이 많이 왔겠지만 철원은 정말 끔찍하게 많이 왔다. 4시간 정도 훈련이 잡혀 있으면 3시간 정도는 눈을 쓸고 1시간 정도만 훈련을 받기 일쑤였고 훈련 시간이 아니더라도 밤이든 새벽이든 낮이든 일단 눈이 내린다싶으면 1~2시간 정도는 기본적으로 눈을 치우는 게 일이었다.

내가 군생활을 하러 왔는지 눈을 치우러 왔는지 모르게 5주가 지나고 훈련소에서 퇴소를 하고 내 자대인 6사단 공병대로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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